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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오이

[카게오이] 비와 당신, 그리고 기다림 for 세이님 비가 옵니다. 딱 그 한 문장을 쓰고 나서 아침부터 자리 잡은 카페에 앉아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멍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가 종이에 갖다 대고 있던 펜이 문득 떠올랐다. 아, 역시. 너무 오래 종이를 누르고 있는 바람에 잉크가 번져 있었다. 새하얀 종이 위에 적힌 몇 단어와 커다란 점. 잠시 종이를 찢고 다시 쓸까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창밖의 비에 발이 묶여 저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립니다. 한 문장을 더 적었다. 이번엔 펜을 내려놓고 커피 잔을 들었다.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여전히 향은 좋았다. 가만히 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숨을 들이키자 커피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이 떠올랐.. 더보기
[카게오이] Halloween 카게야마는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실체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뜬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웃었다. 내가 귀신같아? 카게야마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오이카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카게야마로 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서는 손을 내밀었다. Trick or Treat. 가진 사탕 다 내놔, 토비오 쨩. 카게야마는 선배들이 쥐어준 사탕들을 주머니에서 한 웅큼 꺼내 오이카와의 손 위에 얹었다. 얼핏 맞닿은 손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카게야마는 애써 그 느낌을 무시했다. 그리고 가만히 피로 뒤덮인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여 잊을세라 카게야마는 구석구석 사소한 것 하나까지라도 기억하려는 듯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게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