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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카게오이] Halloween

카게야마는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실체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뜬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웃었다.
내가 귀신같아?
카게야마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오이카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카게야마로 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서는 손을 내밀었다.
Trick or Treat. 가진 사탕 다 내놔, 토비오 쨩.
카게야마는 선배들이 쥐어준 사탕들을 주머니에서 한 웅큼 꺼내 오이카와의 손 위에 얹었다. 얼핏 맞닿은 손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 같았지만 카게야마는 애써 그 느낌을 무시했다. 그리고 가만히 피로 뒤덮인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여 잊을세라 카게야마는 구석구석 사소한 것 하나까지라도 기억하려는 듯이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눈물에 분장이 지워져 하얀 분이 묻어났지만 카게야마는 벅벅 눈을 비볐다. 그러자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소매를 붙잡으며 그를 저지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들어 오이카와가 있던 곳을 바라보았으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에 저 멀리서 동이 트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바닥에 떨어진 구겨진 사탕 껍질을 바라보다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단 사실에 우울해졌다.

할로윈,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시간이 멈춘 날부터 그 날만 기다려 왔다. 더 이상 늙지 않을 그를 만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