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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오이

[이와오이] For a Thousand Years *for 미루님 *FHQ AU 눈을 뜨자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구석에 앉아있던 검은 고양이가 검은 머리의 남자로 변하더니 오이카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랜만이네." 쿠로오는 몸을 일으켜 제자리에 섰다.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오이카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 이제 정말 몇 번 안 남은 거." 오이카와는 뒤로 돌아서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에 망토의 끝자락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이번이 몇 번째로 되살아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초반에 백 몇 번까지 세리다가 숫자는 무의미 하단 걸 깨닫고 관뒀기 때문이다. 오이카와는 제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력들을 흡수하고는 손끝으로 힘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이번 생에 마왕으로.. 더보기
[이와오이] 거짓말 오이카와와 나는 한 마을에서 자랐다. 서로 옆집에서 산 덕분에 뛰어다닐 쯤에는 항상 함께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크고 작은 사고를 쳤었다. 그리고 들판에서 칼싸움을 할 때면 오이카와는 늘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솜씨로 모두를 제쳐버렸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오이카와가 용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상황은 우리가 열네 살이 되며 바뀌어버렸다. 검술에도 능하고, 항상 밝았던 녀석에게 마을사람들 모두가 그가 장차 용사가 될 것이라며 칭송했었다. 오이카와도 딱히 싫어하진 않았다. 오히려 검술을 더 갈고 닦으며 최연소로 기사단과 맞먹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작은 마을이었던 우리 마을에 성기사단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더니 오이카와를 데리고 가버렸다. 사람들은 나라에서도 드디어 오이.. 더보기
[이와오이] 좀 흔들려도 버스는 계속 나아간다 *그래도 버스는 손을 흔들자 멈춰섰다 이후 *for 미루님 눈을 떴다. 오이카와는 제 눈앞의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인상을 쓰며 자고 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오이카와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 얼굴을 건드려보았다. 손끝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자 오이카와는 그제야 손바닥으로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감쌌다. 손에 느껴지는 그 감촉이 좋아서 작게 웃은 그는 곧 침대 옆 협탁 위에서 진동하는 휴대폰 때문에 몸을 일으켰다. 매니저가 방금 출발했다며 보낸 문자였다. 오이카와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조용히 화장실로 향했다. 준비를 마친 뒤, 그는 이와이즈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겨울이 돼서 하얗게 입김이 나왔다. 오이카와는 그렇게 간만에 보는 입김이 반가워서 몇 번 .. 더보기
[이와오이] Perfume *영화 ‘향수’를 소재로 함. 오이카와의 향기가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와이즈미는 주인을 잃은 옷장에서 옷을 몇 벌 꺼내 코를 묻었다. 희미하게 오이카와의 향이 나는 것 같아 그는 더욱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옷을 다시 걸어둔 뒤 침대로 가자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와이즈미는 침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오늘은 오이카와가 죽은 지 1년이 된 날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실종됐었던 오이카와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오이카와는 머리카락도, 옷도 아무 것도 없는 채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날 보았던 오이카와의 새하얀 나신은 아직도 이와이즈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오이카와가 그리운 듯 이불을 쓸어보았다. 그리고 곧 문밖에서 오이카와의 어머니가 이와이즈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 더보기
[이와오이] 그래도 버스는 손을 흔들자 멈춰섰다 *이미 버스는 떠났고 이후 이와이즈미는 일을 하다가 메시지가 왔다고 깜빡이는 불빛이 거슬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고 메시지 아이콘을 누르자 오이카와의 팬클럽에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팬 미팅에 당첨됐다며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는 문자였다. 이와이즈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7월 20일, 오이카와의 생일에 맞춰 한다는 팬 미팅. 술에 취해 자신의 손가락이 멋대로 신청한 것이었다. 이와이즈미는 고민되었다. 갈까. 말까. 기왕 당첨되었으니 멀리서 보는 것 정돈 괜찮지 않을까. 휴대폰 화면을 끄고 그는 일을 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으로는 고민했다. 갈까, 말까. 괜히 왔나. 이와이즈미는 건물 입구 앞에서 머리를 헝클이며 후회했다. 온통 분홍빛으로 꾸며진 입구에는 여성 팬들만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