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편

[카게오이] 첫사랑의 시작

 *카게오이 전력 [숨소리]

 

 초등학교에서보다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카게야마는 부실로 향했다. 그러나 학교 본관에 달린 시계를 보자 어느새 선배들도 모두 씻고 돌아갈 시간이었다. 카게야마는 부실 문이 안 잠겼길 바라며 빠르게 걸었다. 원래 1학년은 부실을 사용할 수 없지만 아까 선배들이 부른 탓에 잠깐 들렸다가 교복 재킷을 두고 와버려서 어쩔 수 없이 가야했다. , , 타앙. 부실로 향하는 철제 계단이 요란하게 울렸다. 녹슨 손잡이는 다행히 돌아갔다. 카게야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낡은 문은 비명을 지르며 부실 내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부실 한편에 놓인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는 오이카와를 발견했다. 카게야마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입부한지 얼마 안 된 카게야마에게는 하늘같은 선배였기에 그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 얼어붙어 있다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정신이 들었다. 늦봄의 바람은 산뜻하면서도 여름의 열기를 미약하게 지니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잠시 제 바짓단을 꾹 쥐었다가 오이카와가 엎드린 테이블에 놓인 제 재킷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조심스럽게 부실 문을 닫고 테이블로 다가갔다. 뒤꿈치를 들고 천천히 걷는 카게야마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깨지 않도록 조심히 재킷을 들어올렸다. 그러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면서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났다. 무슨 냄새지? 카게야마는 두리번거리면서 냄새를 맡다가 곧 오이카와에게서 나는 냄새란 걸 알 수 있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곧 봄바람 같이 산뜻하면서도 시원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 냄새가 좋아서 카게야마는 잠시 그 자세로 오이카와에게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뱃속이 간질간질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카게야마는 냄새보단 오이카와의 숨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오이카와의 고른 숨소리에 정신이 몽롱해지며 그의 모습이 흐려졌다. 그리고...

 바스락. 오이카와가 뒤척이며 고개를 돌리는 몸짓에 카게야마는 정신을 차리며 들고 있던 재킷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잔뜩 상기된 얼굴로 들어올 때완 달리 우당탕 소리를 내며 부실을 뛰쳐나갔다. 벌컥 열렸던 부실 문은 천천히 기울어지다 철컥, 완전히 닫혔다. 첫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