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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하나오이] 잠자는 옷장 속 오이카와

하나마키는 헐레벌떡 엘리베이터에 탔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잔업이라니! 그는 자신의 상사를 욕하며 서둘러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현관문이 열리고 하나마키는 뛰어 들어갔다. , 살았다. 아직 오이카와가 안 온 모양이다. 하나마키는 안도감을 느끼며 조용한 집안에 발을 디뎠다. 아침에 봤던 모습과 똑같은 거실을 지나서 안방에 들어섰다. 침대는 엉망진창이었다. 하나마키는 한숨을 푹 쉬고는 침대를 정리했다. 오늘은 둘 다 지각을 해버려서 차마 이불정리를 하지 못했다. 이불정리가 끝나자 그는 겉옷을 벗으며 드레스 룸으로 갔다. 옷걸이에 옷을 걸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던 하나마키는 갑자기 뒤에서 부스럭 걸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굳혔다. 세탁소 비닐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 같았다. 잠시 조용히 귀를 기우리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다시 여유를 되찾아서 흥얼거리며 마저 옷을 갈아입었다.

오이카와는 언제 오려나.”

혼잣말을 하던 하나마키는 또 다시 들리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가 있다. 지금 이 집에. 바로 내 뒤에. 공포에 질린 하나마키는 급한 대로 옷걸이를 들고 옷이 잔뜩 걸려있는 옷걸이로 향했다. 바스락. 똑똑하게 세탁비닐이 움직이는 걸 본 하나마키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옷을 치웠다. 그리고.

으응.”

쭈그려 자고 있는 오이카와를 발견했다. ? 얜 왜 여기서 자고 있어? 갑자기 전의를 상실한 하나마키는 옷걸이 끝으로 머리를 긁다가 오이카와를 깨우기로 했다.

오이카와. 일어나 봐, 오이카와. 왜 이런 데서 자고 있어?”

으으응. 좀만 더 잘래, 맛키. ......맛키?!”

갑자기 놀랐는지 퍼드득 거리며 일어난 오이카와는 몸을 일으키다가 행거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야! 눈물을 찔끔 흘리며 오이카와는 머리를 감쌌고 하나마키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픔이 가셨는지 오이카와는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행거 밑에서 기어 나왔다.

그만 웃어, 맛키! 그리고 왜 이렇게 늦었어? 맛키가 늦은 바람에 깜빡 잠들었잖아!”

하하하! 미안, 미안. 상사가 갑자기 일을 떠맡기는 바람에 늦었어. 그것보다도 왜 행거 밑에 있었던 거야? 나 놀래키려고?”

맛키가 늦은 바람에 대실패야.”

오이카와는 툴툴거리며 방을 나가 숨겨뒀던 케이크를 꺼냈다. 하나마키는 그걸 보고 미소 짓고는 집에 오는 길에 샀던 와인을 꺼냈다.

역시 맛키! 얼른 준비해서 먹자!”

그래. 병따개 어디 있더라?”

오늘은 두 사람이 사귄지 5년째 되는 날이다. 하나마키는 오이카와와 와인 잔을 부딪쳤다. 단 걸 좋아하는 두 사람은 오이카와가 사온 생크림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서로의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본 두 사람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입을 맞췄다. 입맞춤이 진해질 쯤, 두 사람은 침실로 발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 하나마키는 갑갑함에 잠에서 깼다. 늦게 잠들어서 그런지 눈은 도저히 떠질 생각을 안 했지만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이 답답해서 눈을 뜨기 위해 노력했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자 간신히 실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제 몸을 누르는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오이카와가 거의 반쯤 자신의 위에 올라탄 채 자고 있었다. 하하하. 하나마키는 어제 저녁에 옷이 걸린 행거 아래에서 발견한 오이카와를 떠올렸다. 손을 들어 오이카와의 머리칼을 쓸자 부드러운 머릿결이 손가락을 타고 부스스 흩어졌다. 하나마키는 자신의 잠을 깨운 오이카와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이카와를 끌어안고 다시 잠을 청했다. 오늘은 주말이니까 더 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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