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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와오이] 사랑싸움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본 척도 안하며 3반으로 향했다. 이와이즈미는 황당했지만 일단 오이카와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맛키! 여기, 여기!"

 "어, 잠시만."

 하나마키는 사물함을 정리하고는 가방을 챙겨 오이카와의 옆으로 갔다. 오이카와는 기다렸단 듯이 하나마키에게 팔짱을 끼더니 5반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와이즈미에게 혀를 내밀었다. 하나마키는 재밌단 듯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오이카와가 팔을 잡아 끌자 이와이즈미에게 손을 들어 인사한 뒤, 오이카와를 따라 나섰다. 이와이즈미는 제 자리에 서서 고민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하나마키를 끌고 나온 오이카와는 조잘조잘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마 전에 여자애들이 말해 줬는데 어느 카페의 슈크림이 맛있다더라. 또 어디는 딸기 타르트가 환상적이라고 하더라. 하나마키는 적당히 오이카와에게 장단을 맞춰주면서 머릿속에선 오늘 용돈으로는 슈크림을 몇 개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연습이 없는 날에도 늘 오이카와와 하교했던 이와이즈미는 간만에 혼자 하교를 하자 어색했다. 괜히 심술이 나 길바닥의 돌을 발로 찼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리고 화가 났음 저에게 와서 말하고 풀면 되지, 보란 듯이 하나마키와 가버릴 건 뭐람. 이와이즈미는 집 대문이 보이자 이제는 자신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맛있어! 맛키, 이것도 먹어봐. 진짜 맛있어!"

 "오, 이 집 디저트 다 맛있네."

 두 남고생이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서 꺅꺅 거리며 디저트를 먹는 풍경은 위화감이 느껴졌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신나게 자신들만의 디저트 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생크림에 딸기를 푹 담갔다가 입에 넣었다. 행복하게 미소짓는 오이카와를 힐끔 쳐다본 하나마키는 작게 자른 와플을 입에 넣고는 말했다.

 "그래서, 왜 싸웠는데?"

 "이와쨩이 너무 눈치가 없잖아. 정말, 어쩜 그렇게 고릴라 같은지."

 "결국 사랑싸움이네. 그냥 빨리 가서 화해하고 풀어. 주변 사람이 귀찮아져."

 "맛키, 너무하네. 자기 일 아니라고 그러기야? 지금 화 내서 안고쳐 놓으면 앞으로도 계속 고생한다구."

 "할머니가 사람은 안 변한댔어."

 "윽."

 오이카와는 포크를 물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가방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마키는 일어난 오이카와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맛키, 나 이만 갈게. 여기 디저트 값."

 "오키, 잘 가. 난 이거 마저 먹고 갈게."

 "응응. 내일 봐!"

 하나마키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남은 디저트들을 눈을 반짝이며 먹기 시작했다. 딸랑. 오이카와가 나가자 경쾌한 종소리가 점내에 울렸다.

 "이와쨩!"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곧 이와이즈미가 입술을 삐죽이며 대문을 열어주었다. 자신과 눈도 안 마주치는 이와이즈미를 보자 오이카와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와이즈미의 목을 힘껏 끌어 안았다.

 "이와쨩, 다신 바람 안 필게! 그러니까 이와쨩도 좀 더 눈치를 길러 봐. 내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건 자고 가란 뜻이고, 그 자고 가란 건 절대 잠만 같이 자자는 게 아냐."

 "그건 내가 잘못했어. 근데, 바람이라니? 너 하나마키랑 뭐 했어."

 "응? 그냥 카페가서 디저트 먹었는데?"

 "그게 다야?"

 "응! 당연하지! 맛키는 디저트 친구인걸."

 "그래도 너무 어울리지마."

 "응응!"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마주 끌어 안고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대롱대롱 매달려서 다리로 대문을 닫았다. 철컥. 문이 잠기고 두 사람은 이와이즈미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하루만에 다시 이꼴이라고?"

 "엉. 꼴 보기 싫어 죽겠으니까 쟤네 좀 떼 봐, 마츠카와."

 "싫어. 저 쪽으로는 가까이 가기도 싫어. 하나마키, 네가 쟤네 화해시켰다며, 네가 가."

 "아니지, 쟤네 오늘까지 화해 안 했음 더 골치 아팠을 걸. 오이카와는 칭얼거릴거고 이와이즈미는 쓸 데 없이 화냈을 거라고. 그런 피곤한 상황을 내가 없애줬으니 지금 눈 앞의 저것들은 마츠카와 네가 해결해."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눈 앞에서 분홍빛 아우라를 내뿜는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사랑싸움엔 휘말리면 안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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